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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an 2009/08/30 04:05

나에겐 'image = future' 라는 징크스 같은 게 있다-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 미래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머릿속에 이상하게 꽂히는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내 미래와 관련된 일들을 생각하다보면,
잘 상상이 안 될 때가 있다-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고...


예를 들어,
수능을 망치고, 대학원서를 쓰긴 써 놓고 면접이랑 논술을 보고 나서
부모님은 나에게 재수 준비를 시키셨다-

그러나 난 내가 '재수하는 모습'이 잘 떠오르질 않았다-
그리고 난 재수 하지 않았다-

면접이랑 논술 보고나서 대학입학 발표 나기까지 한달 가까이 기다리면서
수도없이 재수를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봤었지만, 상상이 되지 않았었다-


이 때부터 시작이 되었던 거 같다-
군대가는 내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었는데, 결국 가지 않았고....

그냥 정말 아무 감정없이 친구로 지내던 여자와는 왠지 쟤랑 언젠가는 사귈 것 같았었는데...
몇 달 지나니 나는 그 아이와 만나고 있었고....

좋아했었지만, 미래가 잘 보이지 않았던 아이랑은 갑자기 엉뚱한 다른 이유로 헤어지기도 했었고....

취직할 때도, 내가 SSAT 이든 면접이든... 그냥 왠지 붙을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이번에 런던에 갈 때도,
일주일 내내 혼자만 다니는 내 모습은 상상되지 않았다-
왠지 누군가를 만나서 같이 다니게 될 것 같았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었다-





오늘 간만에 주말 늦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12시 20분 쯤 전화가 울려서 나는 잠이 깼다-
전화 상대방은 나에게 대학선배의 1시 결혼식을 remind 시켜줬고, 부랴부랴 머리도 못 감고 과천 예식장으로 달려갔었다-

예식장에 헐레벌떡 도착해서,
구경하고 있던 다른 선배들에게 쭉 한 번씩 인사 돌리고....
뒤에서 멍하니 혼자 서서 결혼식을 쳐다보고 있자니.....

순간 뭔가 깨달음이 왔다....

결혼식장에서 내 옆에 하얀옷을 입고 서 계실 분이 어떠할 지 뿐만 아니라
턱시도를 입고 있는 내 모습 조차도 나는 한 번도 상상이 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요즈음 주위에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 주말에는 어디에를 인사를 갔었고,
언제는 예물 어쩌구 보러 갔었고, 언제는 집 보러 갔었고, 언제는 드레스 보러 갔었고... 등등등....

전부 다 나에게는 손톱 끝의 먼지 만큼도 상상되지 않는 일들이다-


아무리 애 써 봐도....
난 그런 걸 할 수 없는 사람인 것만 같다-


오히려 거꾸로,
혼자 살면서 아침에 혼자 일어나서 혼자 밥 먹고 혼자 출근하고 혼자 생활하는 나의 모습은...
수도 없이 많이 상상이 되고,
또 은근 나 자신도 결혼을 별로 원치 않는 것 같다-




물론, 당연히 image=future 공식이 늘 맞았던 것 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image-making 의 힘이 분명 존재하는 것은 사실 아닌가....

결혼 못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할 수록, 난 더더욱 결혼을 못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사실 생각해보면,
결혼 하는 게 생각이 잘 되지 않는다기보다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내 자신이 잘 상상이 안 되는 것도 있다-


과거에 여자친구가 있었을 때마다 그 친구와의 결혼생활을 생각해보면,
늘 행복하기만 한 결혼생활은 그려지지 않았었다-
상상이든, 이성적인 계산에 의해서든....






결혼도 못 할 것 같고-
해도 불행할 것 같은 결혼-







과연 10년 20년 후 내가 이 글을 다시 읽게 되었을 때,
나는 어떠한 상황에 처해 이 글을 다시 찾게 될까-


아무래도 결혼을 어떻게든 하긴 하겠지만....
결코 행복하지는 않지 않을까?







별 생각이 다 드는 밤이다-





skan
2009/08/30 04:05 2009/08/30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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