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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정신없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정신이 없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동네에 우리 가족이 온 지 벌써 2달이 넘게 지났다. 참 정신없이 지나갔다.

지난 주 까지는 Pre-Term 수업으로 리더쉽과 관련된 수업을 들었고, 이번 주 부터 본격적인 가을 학기가 시작되어서 4개 수업을 듣는다. 나는 마케팅, 전략, 회계, 그리고 경영분석 수업을 듣는다.

재밌는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수업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숙제가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내일 첫 수업인 전략 수업을 위해 나는 5시간 이상을 할애하여 교재와 관련 자료들을 읽어야만 했다. 마케팅 수업을 위해 미리 읽어야 하는 자료도 3시간 걸렸다. 열심히 공부한 것도 아니고 그냥 미리 읽어가는 분량이 그 정도.

두번째는, 교재가 엄청 비싸다는 것. 회계 와 전략 수업 교재를 2개 샀는데 50만원 가까이 들었다. 교수들이 반드시 읽어오라고 배포하는 기타 저작권이 있는 잡지/신문 기사들을 읽기 위해서도 십만원 가량을 지출하였다. 상상을 초월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대학생들이 가장 기피한다는 ‘조별과제’를 장려하기 위한 몇몇 교수들이 택하는 방식이다. 학기가 끝나고 학생들로 하여금 같은 조의 다른 학생들을 평가하게 하고, 이를 학점에 반영하는 것. 한 학기 동안 같이 조별 과제를 하면서 누가 어느 정도의 공헌을 했는 지를 서로가 비밀리에 평가하게 하여 모두가 참여하게끔 유도하는 것. 재밌는 듯.

딸내미는 이 동네에 있는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가 배정된 반에는 아이가 10명 정도, 그리고 선생이 두 명 있다. 그런데 처음에 가서 구경하는데, 선생들이 아이들을 굉장히 느릿느릿 천천히 돌보고 있었다. 한국 어린이집 선생들은 빠릿빠릿 움직였을텐데, 여기는 뭔가 느려터진 것 같아서 답답하기도 하고, 이게 제대로 돌아가려나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보니 이 분들이 생각보다 아이들을 잘 돌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오늘 내 수업 교재를 사러 학교 서점에 갔을 때도 비슷한 느낌. 책 계산하려고 한 100명 이상이 줄 쫙 서 있어도 계산원들은 전혀 서두르지 않는다. 자기 속도대로 바코드 찍고 계산하고 포장하고 다 한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후다닥 찍찍 해서 줄 서 있는 100명이 모두 제 시간에 나가게 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줄 서 있는 사람들도 뭐 그런가보다 하고 서 있는 것 같다. 이 동네 사람들 방식인가보다.

암튼 바쁘고 정신없다보니 블로그에 글 쓸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현재 시각 새벽 3시반에 후다닥 글 하나 써보고 자러 간다.